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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ICPC Seoul Regional 후기
    PS/CONTESTS 2020. 11. 16. 01:25

    대회 당일날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원없이 놀고, 다음날 일어나서 하루종일 PL 프로젝트를 하다보니 대회가 끝난지 하루가 훌쩍 넘어서야 후기 생각이 난 것 같다.

     

    포스팅을 하러 티스토리에 로그인하려는데, 몇달간 블로그에 들어간 적도 없어서 그런지 휴면계정으로 전환되어 귀찮은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번에는 좀 열심히 포스팅해보자는 다짐을 했지만... 작심했다고 오래 갈지는 장담 못하겠다.

     

    45명이나 왔다간 걸 보고 좀 놀랐다...

    또한 로그인하고 처음 들어가본 페이지가 통계였는데, 순간 눈이 잘못됐나 싶었다. 나의 게으름으로 후기 보러 온 사람들을 헛걸음하게 만든 것 같아 묘한 느낌으로 작성하는 중이다.

     

    팀 소개

     

    팀원 중 한명인 김홍녕(dillon0108)은 18' 여름학교 때 보여준 퍼포먼스가 매우 인상적이라 호시탐탐 노리다가 대학이 결정된 순간 포섭했고, 다른 팀원은 아래와 같은 과정으로 결정되었다.

    4월 21인걸 보니 세월 참 빠르다

    UCPC의 관성으로 ICPC까지 같이 나가게 되어 L0TUS, dillon0108, jh05013라는 조합이 완성되었다.

     

    dillon0108은 IMO 금메달리스트답게 우리 팀에서 수학을 담당하고 있다.

    "재능'

    BOJ에서 푼 문제가 30개밖에 없다는 사실과 위 사진을 통해 어떤 느낌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jh05013님도 마찬가지로 사진 두 장이면 소개가 끝날 것 같다.

    이렇게 팀 레이팅 평균 1500이라는 미친 조합이 완성되었다. 

     

    인터넷 예선

     

    기대에 한참 못 미친 성적이었다

    인예를 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국 3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했고, 8솔라인에 들지도 못한 채로 예선을 끝마쳐야 했다.

     

    원래대로라면 문제점을 찾고, 어떻게 개선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썼겠지만 인예 이후에 팀적인 연습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냥 다들 평소 하던대로, 알아서 문제 풀면서 준비했던 것 같다. 나 역시 원래 문제를 많이 푸는 편도 아니고, 가끔씩 난이도 있는 문제를 몇개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여담이지만, 도중에 최은수 선생님이 서울대 서류를 안냈다는 소식을 듣고, 올해가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걸 깨달았다. 올해 못 가면 군대로 도망친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는데, 만약 결과가 안좋았다면 진짜로 접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상황은 절박한데, 정작 노력은 그 절박함에 미치지 못한 것 같아서 나라는 인간에 대해 자괴감도 막 들고 그랬었다. 전날에는 그냥 우리 팀이 그나마 잘하는 수학, 구현 문제가 많이 나오게 해달라고 빌었다.

     

    본선

     

    B (7min)

    내가 문제지를 인쇄하러 갔다 와보니 dillon이 B를 열심히 코딩하고 있어서 좀 놀랐다.

     

    C (31min)

    내가 ABCD를 담당하기로 결정했었기 때문에 딱봐도 구현문제인 A를 스킵하고, C를 읽다가 dfs로 쉽게 풀린다는 걸 깨닫고 코딩해서 맞았다.

     

    E (62min)

    문제를 읽고 간단한 dp를 생각해서 빠르게 짰는데 WA를 받고 지문을 잘못 읽은줄 알고 가슴이 철렁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도 사소한 실수였고, G와 싸우고 있는 dillon에게 E를 고쳤다고 하고 옆에서 몇글자를 바꿔서 내니까 맞았다.

     

    G (64min)

    dillon이 열심히 풀다가 틀려서 디버깅을 도와달라길래 봤는데 %lld.%lld 같은 코드가 있길래 살짝 당황했다. 

     

    J (69min)

    이 문제는 jh님이 가우스 소거법을 쓰면 풀린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짜증나는 구석이 많았는지 디버깅 끝에 맞았다.

     

    E, G, J 세 문제가 풀린 시각이 거의 비슷한데, 다들 한 번씩 코딩했다가 틀리고 바로 코드를 인쇄해서 디버깅했던게 시간을 아낄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컴퓨터는 1대고 사람은 3명이니, 한정된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다시 실감했다.

     

    H (120min)

    각자 한 문제씩 해결한 후 많이 풀린 문제들을 골라서 잡기 시작했는데, jh님이 A를 보고 나랑 dillon이 H를 보기로 했다.

    그러나 둘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시간은 흘러갔는데, jh님이 FFT로 풀 수 있다고 말한 후 팀노트를 보고 짜서 맞았다. 

     

    A (151min)

    아이디어보다는 구현 능력을 훨씬 많이 요구하는 문제였고, jh님이 한번에 맞았다. dillon은 이때쯤 K를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L (175min)

    이 문제를 처음 본 jh님의 말을 빌리자면 "dp opt처럼 생겼는데 dp opt가 안되는" 문제였다. 온갖 방법으로 수식을 변환하려고 애쓰다가 단조성을 겨우 관찰하는데 성공했고, ios_base::sync_with_stdio(0)를 까먹고 안 넣는 바람에 TLE를 받은 후 다시 제출해 맞았다.

     

    L을 제출한 직후 3시간이 되어 스코어보드가 프리징되었고, 예상보다 등수가 높아 기분이 좋았다.

    프리즈 직전 스코어보드

    서울대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들 중 1등을 해야 안정적으로 WF에 진출할 수 있는데, 이때부터 나름 가능성이 보였던 것 같다.

     

    남은 문제는 D, F, I, K였고 이들에 대한 인상은 각각 다음과 같았다.

    D : 사람이 못 푸는 문제

    F : 더러움

    I : 자료구조

    K : 역겨움

     

    dillon은 특기분야인 K를 계속 잡았고, 나랑 jh님은 I를 주로 고민했다.

     

    K (277min)

    dillon이 코딩에 들어간지 1시간 정도 된 시점에서 D,F,I의 풀이가 나오지 않았고, I를 2d segment tree로 짜면 답은 나오지만 TLE를 받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해서 20분이 남을 때까지 dillon의 코딩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40분쯤 남았을 때부터 예제를 넣기 시작했는데 잘 나오지 않아서 dillon이 디버깅을 열심히 했고, 결국 두 번째 예제가 맞는 것을 확인하고 제출하자 한 번에 AC를 받을 수 있었다. 어려운 수학적 구현 문제를 확정적으로 풀 수 있다는 점에서 dillon의 능력이 여지없이 드러난 것 같다.

     

    I (-)

    솔직히 할말이 많은 문제이다. 대회 당시에 나는 200만 로그 제곱이 돌아서도 안되고, 돌지도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2d segment tree를 짜는 것을 반대했는데 시간이 23분밖에 안 남는 바람에 팀노트에 있는 2d seg를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짜기 시작했고, 시간이 결국 다 되는 바람에 제출하지는 못하고 대회가 종료되었다.

     

    끝나고 다른 팀에게 2d seg 풀이가 통과했다는 말을 듣고서는 출제자에 대한 분노와 내 의견을 고집하여 맞을 수 있었던 문제를 놓친 자책감을 동시에 느꼈던 것 같다.

     

    프리즈 당시 스코어보드를 통해 다른 팀들이 9문제를 풀었을 때 패널티가 어느정도 될지 계산해 보았고, 우리 팀이 꽤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아직 결과를 모르기 때문에 솔브 수에서 밀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계속 남아 있었다. I를 풀지 못한 것이 거대한 스노우볼로 다가올까 두렵기도 했다.

     

    그리고 다같이 뒤풀이를 가서 스코어보드 발표를 생중계로 봤고,

     

    And the winner is... Everybody!

    최종 성적 6등, 학교 순위로는 2등으로 2021 WF에 진출하게 되어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다. 막 짜릿하거나 격렬한 감정은 없었지만, 마냥 기분이 좋았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도 아직 들뜨고 설레기만 한다. 작년 겨울 입시가 끝나고 기숙사 룸메이트인 홍녕이한테 같이 ICPC 팀하자고, 월파 갈수도 있는거 아니냐고 농담처럼 말하던게 진짜 현실이 될 줄이야. 세상 일은 모른다던데, 내게 정말 큰 행운이 찾아온 것 같다.

     

    이 기회를 헛되이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고, 마지막으로 대회에서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팀원들과, 응원해준 주변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Everybody가 WF 스코어보드에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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